여행을 다녀온 지도 벌써 1년이 넘게 지났다. 타버렸던 피부도 점점 돌아오고 여행의 흔적도 옅어져간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해야 하는 일들이 나를 재촉할수록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 종종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그런 것은 아닐까. 자꾸만 관심도 없는 이들에게 내 여행기를 늘어놓게 된다.
최근에 라오스 비엔티안의 초등학교에 가는 한국어 교육봉사자 모집 공고가 있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선발 조건을 모두 차치하고 여기 학생들 중에 라오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라오스 친구가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진심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지원만 한다면 뽑힐 것 같았다. 가고 싶어서 그 공고를 보자마자 띵에게도 보여줬었다. 하지만 이번 방학에는 할 게 너무 많았다. 4학년은 졸업과 졸업 후를 위해 준비할 게 너무 많다... 속상했지만 포기했다.
어쩔 수 없었고 내 선택이었지만 오늘 밤은 그게 더 생각난다. 반나 마을의 초등학생 아이들이 너무 생각난다. 그 봉사에 갔다면 이렇게까지 그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가까운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든다. 내 할 일들이 싫은 건 절대 아니지만... 이렇게 현실에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반나가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슬프다. 거쳐가는 곳만 3군데 이상이고 가는 데에도 며칠이 걸리는 그곳은 애초에 쉬운 곳이 아니었지만 점점 더 어렵게 느껴져간다. 어쩌다 난 휴가에 반나를 선택하기란 아주 큰 결심이리라...
영상통화도 오래 전인 것 같다. 그땐 넝과도 반갑게 인사했는데. 친절하고 유쾌한 마을 사람들,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들, 마지막으로 반나에서 나올 때 라오한 팀이 타는 벤에 나를 태워주신 피용 오빠도 생각난다.
어떻게 해야 이 기분이 해소될까. 어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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