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비행기에서 별을 보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 작은 순간들이 있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유난히 더 그렇다. 그때의 감정만 남은 채 기억은 멀리...
그래서 밤비행기를 몇 번이나 타보았는지는 모르겠다. 세어보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창가자리에 타면 비행기가 다른 도시에서 뜨고 내릴 때의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한다.
어떤 곳은 도로가 완전히 직선으로 생겼고 어떤 곳은 가로등이 없는지 아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곳은 작고 낮은 집만 뜨문뜨문 있고 또 어떤 곳은 화려하고 높은 빌딩들이 가득하다.
때로는 노란 빛이 많기도 하고 하얀 빛이 많기도 하고 동그랗기도 하고 네모낳기도 하고...
매번 다른 이 색다른 야경을 보고 있으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상상되어 아주 즐겁다.
그런데 이번에는 별을 보았다. 왜 별이 보일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못 해봤는지 모르겠다.
우연찮게 인도 뭄바이 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별이 보였다.
해변가에 있는 집과 고기잡이 배를 보며 지평선을 찾고 있었는데... 하늘에도 고기배가 있었던 것이다.
아니, 고기배가 아니라 별이 있었던 것이다. 너무 밝게 빛나서 별인지도 모르고 한참을 보았다.
정말 예뻤다. 이런 수많은 별을 어디서 마지막으로 보았을까...?
작은 창에 딱 붙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꼭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필이면 바다 위를 날고 있을 때라서 더 그랬다. 세상이 별천지야.
담요로 창을 덮어서 봐야 했는데, 아크릴 창문에 자꾸 김이 서려서 오래 보지 못한 게 슬프다.
이러고 한참을 위쪽에 창문이 있는 비행기에 대해서 생각했다. 가능하려나?
아, 아마 이 작은 기억은 감정뿐 아니라 기억까지 함께 담기겠지 싶어 좋았다.
이걸로 밤비행기를 몇 번 타보았는지에 대해서는 더 궁금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여전히 나는 야경을 즐기는 사람이겠지만 비행기에서 처음 별을 본 순간을 기억할 테니까...
말이 정신없긴 한데, 그냥 횟수보다도 중요한 멋진 기억이 생겼다는 뜻이다.
끝.